2025 독일 뒤셀도르프 A+A 국제 안전보건 박람회 현장 스케치

10년 만의 귀환 — 세계 최대의 ‘안전 산업 축제’로 가는 길
2025년 11월 4일부터 7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는 다시 한 번 전 세계 안전·보건·보안 산업 관계자들로 들썩였다. ‘A+A 박람회(INTERNATIONAL TRADE FAIR AND CONGRESS FOR SAFETY AND HEALTH AT WORK)’ — 이름 그대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안전 산업 전시회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건 무려 10년 만이다. 그 사이 산업 현장은 급속한 디지털 전환을 겪었고,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인간의 노동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렇다면 ‘안전’은 이 변화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AI 시대의 워크웨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과 설렘이 발걸음을 자연스레 뒤셀도르프로 이끌었다.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본 라인강은 여전히 유유히 흐르고 있었지만,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거리 곳곳의 간판과 광고, 버스정류장 안내문마다 A+A의 로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번 여정이 단순한 출장이나 박람회 방문이 아닌 ‘변화의 현장 체험’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메쎄(MESSE)’ — 독일 산업전의 뿌리를 상징하는 이름
전시장에 가까워질수록, 거대한 전시장들 속에 우뚝 솟아있는 MESSE DÜSSELDORF의 건물이 시야에 확 들어왔다. 유리와 철골 구조가 조화를 이루는 외관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독일 산업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상징물처럼 서 있었다. ‘메쎄(Messe)’는 독일어로 ‘전시회’를 뜻한다. 하지만 이 단어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에서 다시 일어선 독일의 산업 재건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패전국의 절망 속에서 독일 각 도시들은 주정부와 손잡고 Messe GmbH라는 형태의 전시기관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기술과 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었다. 그 시스템은 시간이 흐르며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었고, 오늘날 글로벌 산업 전시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 바로 뒤셀도르프 메쎄가 있다.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감각적인 첫인상
입장권을 손에 쥐고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거대한 LED 스크린이었다. 각국의 대표 브랜드 로고와 세련된 홍보 영상이 차례로 등장하며 관람객을 환영했다. “Welcome”이라는 거대한 문구가 스크린 위로 번쩍일 때, 이곳이 단순한 박람회장이 아니라 ‘안전 기술의 세계무대’임을 단번에 실감할 수 있었다. 뒤셀도르프 메쎄는 총 17개의 홀(Hall)로 구성되어 있다. 몇몇 홀은 이번 전시에서 사용되지 않았지만, 한 홀의 규모만으로도 웬만한 도시의 전시장을 능가할 만큼 거대했다. 홀마다 웨어러블, 보호복, 산업안전장비, 소방·보안 솔루션 등 세부 분야로 나뉘어 있어, 관람객들은 분야별로 집중적으로 탐색할 수 있었다. 입장 전부터 “이 넓은 곳을 다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스쳤지만, 곧 “그래도 놓칠 수는 없다”는 다짐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렇게 필자의 A+A 2025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웨어러블과 로보틱스 — 인간과 기술의 협업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한 분야는 단연 웨어러블 로봇과 보조장비였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보호구 하면 헬멧이나 장갑이 먼저 떠올랐지만, 이제는 ‘착용형 로봇’과 ‘스마트 안전복’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한 부스에서 웨어러블 서포트 재킷을 직접 착용해보았다. 처음엔 다소 어색했지만, 몇 걸음만 움직여도 어깨와 허리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마치 내 몸의 30%가 더 강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장시간 중량물을 다루는 노동자들에게는 분명 혁신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대한민국 현대 로보틱스(Hyundai Robotics)의 부스였다. 대표 브랜드 ‘X-ble Shoulder’ 는 이미 업계에서 잘 알려진 이름이다. 담당 팀장이 “AI가 근육 움직임을 감지해 보조력을 자동 조절한다”고 설명하며 시연을 선보였 는데, 그 열정과 자신감 속에서 한국 기술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첨단으로 진화한 개인 보호구(PPE)
박람회장을 돌다 보면 하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 ‘안전도 스타일이 된다’ 는 것이다. 테크니컬한 안전조끼는 아웃도어 재킷처럼 세련되고, 헬멧에는 조명과 센서, 통신 모듈이 탑재된 ‘스마트 헬멧’이 주를 이룬다. 안전화 역시 트레킹화처럼 가볍고 유연하며, 디자인 또한 완성도 높았다. “이런 장비를 착용하면 작업 환경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워크웨어, 기능을 넘어 문화로
그리고 무엇보다 필자의 관심을 가장 끈 것은, 이번 방문의 1순위 목적이기도 했던 워크웨어 업체들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절로 “멋지다”라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물론 각 부스마 다 뛰어난 스타일리스트들이 마네킹 위에 세련된 감각을 펼쳐놓은 덕도 있었지만, 그보다 인상적 이었던 것은 디자인을 넘어선 원자재의 품질과 원단의 완성도였다. 섬세한 조직감과 정교한 마감, 그리고 기능성 원단의 질감이 한눈에도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AIRTOX 부스는 마치 패션 런웨이를 연상케 했다. 전문 모델들이 워크웨어를 입고 조명 아래를 걸어 나오는 장면은 ‘작업복’이라기 보다 ‘하이엔드 퍼포먼스 웨어’의 쇼를 보는 듯했다. Bisley Workwear 역시 훌륭했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던 신선한 콘셉트와 다양한 색상과 모델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ENGEL사의 보호복은 역시 ‘전문 보호복’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렸다.

기능성과 내구성, 그리고 디자인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Bobcat, ELKA, BEESWIFT, Stenso 등 여러 워크웨어 브랜드들도 각자의 색깔로 기술과 미학이 어우러진 제품들을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MASCOT WORKWEAR의 부스는 부스 외부에서 보이는 전시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안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스태프가 정중히 “NO” 표시를 해 보였다. 그 순간, 그들이 얼마나 디자인 보안과 브랜드 가치를 중요 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 작은 디테일 하나, 색감의 미묘한 차이가 바로 그들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이니까. Blåkläder(블라크라더)의 워크웨어는 역시 일관된 아이덴티티 속에 고급스러움이 녹아 있었다. 제품 시연을 하던 스태프들의 손짓과 설명, 그리고 표정 속에서 그들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SAFETY JOGGER는 본래 안전화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지만, 이번에는 워크웨어 라인업까지 함께 전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노란색과 회색을 메인으로 구성한 부스는 ‘안전’이라는 브랜드 핵심 가치를 시각적으로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감각을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직접 현장에 나와 고객들과 상담하며 제품 설명을 이어가는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그 진심 어린 자세가 브랜드의 신뢰도를 한층 높여주는 듯했다.

그 외에도 Helly Hansen Workwear, SARA Workwear, DASSY Workwear, Snickers Workwear 등 수많은 브랜드들이 각자의 개성과 기술력을 뽐내며 필자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각 부스를 지나칠 때마다 “이 브랜드는 또 어떤 철학을 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 호기심이 곧 다음 부스로 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번에 느낀 공통적인 특징은, 대부분의 워크웨어 브랜드들이 일상적인 워크웨어부터 고기능 전문 보호복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작업복의 개념이 단순한 ‘노동복’에서 벗어나 ‘안전을 기반으로 한 생활문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워크웨어는 기능을 넘어 안전·편안함·스타일을 모두 담는 산업 패션의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안전화의 진화 — 걷는 순간부터 안전하다
이렇게 수많은 워크웨어 브랜드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넓은 전시 공간을 차지한 주인공은 단연 ‘신발’, 특히 안전화였다. 신발은 워크웨어의 일부이자, 모든 산업현장의 기본이 되는 필수 장비다. 일을 하거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반드시 걷고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신발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에서 놀라웠던 것은 단순히 ‘많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규모와 완성도의 수준이었다. ATLAS와 ELTEN의 부스는 그야말로 눈이 즐거울 정도였다. 세련된 전시 구성과 세부 디테일, 그리고 신제품 라인의 정렬감까지 완벽했다. 단순히 제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신발을 통해 안전의 미학을 표현한다’는 철학이 그대로 느껴졌다. 또한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SKECHERS FOOTWEAR, New Balance, SWOLX 그리고 DUNLOP, PUMA Safety 등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기술력을 담은 안전화를 선보이며 경쟁하듯 전시를 이어갔다. 부스를 둘러보는 내내 “이렇게 많은 수준 높은 업체들이 존재한다니” 하는 놀라움이 끊이질 않았다. 각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안전 기술, 디자인 콘셉트, 착화감의 방향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안전화가 단순한 보호 장비를 넘어 하나의 산업 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산업안전의 거인들과 히든 챔피언
전시장 곳곳에는 Ansell, Mapa, Guide, ATG 등 세계적인 안전장갑 브랜드들이 부스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열·내절단·방유 등 다양한 작업환경에 대응하는 신소재 장갑들이 시연되었고, 관람객들이 직접 착용해보며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체험존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중심에는 산업안전의 거인들, 3M, UVEX, DRÄGER, PIP 등이 있었다. 대형 스크린과 체험 공간을 결합한 그들의 전시는 마치 ‘기술 쇼케이스’였다. 3M은 스마트 호흡 보호 시스템과 첨단 PPE 솔루션을, UVEX는 지속가능성과 인체공학적 설계를 강조한 보호장비를, DRÄGER는 산소호흡기, 가스 탐지기, 청력 보호구 등으로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PIP 역시 이번에 허니웰 PPE 사업 부분을 인수하면서 더 역동적이 된듯했다. 그 외에도 절연장갑, 안전장화, 산업용 매트 등 다양한 PPE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력과 철학을 자랑하며 활기찬 경쟁을 펼쳤다. 현장은 그야말로 ‘안전 산업의 올림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여전히 중심은 서구, 그러나 마음은 뜨겁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여전히 전시장 중심부의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의 브랜드들로 채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기업들은 대체로 외곽 부스에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몇몇 기업들은 나름 규모 있는 공간을 확보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기술력과 디자인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우리나 라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부스에서 전시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켠이 묘하게 아려왔다. 그러나 동시에 그 광경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일러주고 있었다. 세계 무대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이 당당히 새겨질 그날을 향한 강한 의지와 다짐이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금 불타올랐다.

라인강의 가을과 알트비어 한 잔
며칠간의 여정을 마치고 전시장을 나서자, 라인강의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다. 붉은 석양 아래에서 한 잔의 알트비어(Altbier) 를 들이키며 박람회장에서 쌓였던 피로가 서서히 풀려갔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전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A+A 2025는 그 마음을 기술로, 제품으로, 문화로 구현해 낸 인류의 도전의 무대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었다.
마무리하며
이번 A+A 박람회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존엄이 공존할 수 있다는 증거였다. 이제 워크웨어는 단순한 작업복이 아니라, 인간의 안전과 효율, 건강을 지켜주는 스마트 보호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음 A+A 박람회에서는 대한민국 기업이 전시장의 중심에 우뚝 서기를 바라며, 이 현장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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