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

일상 속의 안전 : 목장갑을 식재료에?

design0717 2025. 12. 16. 13:58

그 흔한 목장갑 .. – 너무 익숙해서 놓치고 있던 것들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버지 세대의 작업자들 작업복 주머니엔 늘 목장갑 한 켤레쯤은 들어 있었던 것 같다. 기름때로 까맣게 물들고, 손끝은 해져 실밥이 풀린 장갑을 툭툭 털어 다시 끼고 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땐 장갑도 아껴써야 했고, 손이 좀 까지는 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꼭 옛날 얘기만은 아니다. 요즘에도 현장에 나가 보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장갑 한 켤레를 아껴 쓰는 건 여전히 많은 작업자들에게 익숙한 현실이고, 그만큼 장갑은 지금도 우리 일상에 꼭 필요한 존재다.

 

사실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목장갑이나 면장갑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그 시절, 가장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장갑이 바로 이거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장갑을 끼고 열심히, 묵묵히 일해왔다. 이 장갑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삶의 기반도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근데 이 익숙한 장갑이, 요즘 들어 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왜냐면 이 목장갑이 ‘모든 상황’에서 안전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목장갑이 처음부터 고급 면사의 재료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공장에서 저렴한 원자재의 실로 짠다. 그래야 싸게 만들 수 있고, 그래야 많이 팔릴 수 있으니까. 가격이 싸고 공급이 쉬우니 현장에 널리 쓰였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손을 지켜줬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그 목장갑을 음식 다룰 때까지도 쓰고 있다는 거다. 고기 자르고, 채소 다듬고, 과일을 진열할 때까지도 그대로 끼고있는 걸 보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대부분의 목장갑은 공업용으로 대량 생산되는 거라 위생을 깊이 고려하진 않는다. 잘 마르지도 않고, 섬유 사이에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어서 자주 갈아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한 켤레로 며칠, 길게는 몇 주를 쓰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실제로 육류 판매점에서 사용된 목장갑에서 세균 수치가 기준을 초과한 경우가 나왔다고 한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안쪽엔 온갖 세균들이 득실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장갑을 꼈다고 무조건 깨끗한 게 아니다. 오히려 맨손보다 더 지저분할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아야 한다. 음식을 다룰 땐 그에 맞는 위생장갑을 써야 하고, 가능하면 일회용 장갑을 쓰는 게 낫다. 공업용 목장갑은 기계 만질 때나 공구 잡을 때처럼 더러워져도 큰 문제가 없는 곳에서 써야 맞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모두 위생에 대한 감각이 좀 더 예민해졌다. 손도 자주 씻고, 마스크도 챙기고, 소독제도 습관처럼 쓰게 됐고. 그럼 장갑도 그만큼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손이 직접 닿지 않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아야 할 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위생만큼 중요한 게 손의 안전이다. 조리하다가 칼에 손을 베거나, 무거운 걸 들다가 껍질이 벗겨지는 경험, 한 번쯤은 해봤을 거다.


이럴 땐 베임 방지 기능이 있는 장갑이 정말 유용하다. 요즘은 위생적이면서도 튼튼한 장갑들이 많이 나와 있다. 항균 기능이 있는 제품들도 있어서, 위생이 특히 중요한 환경에서는 훨씬 안심하고 쓸 수 있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구해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접근성도 높다. 그리고 이런 장갑을 고를 땐 식품용 안전인증 마크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식약처 인증이나 위생 관련 마크, 국내외 표준을 충족한 제품인지, 그리고 제조사나 유통사의 신뢰도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단순히 ‘장갑이면 되지’ 하는 마음보다는, 어떤 장갑이 내 손과 음식, 그리고 가족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보자.

 

 

우리가 장갑을 끼는 이유는 작업의 능률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앞서는 건 손을 보호하고 위생을 지키기 위해서다. 근데 그 장갑이 오히려 손을 위험하게 만든다면?
익숙하다는 이유로 무심히 써온 목장갑이, 때로는 ‘방패’가 아니라 ‘허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손 하나 다치는 건 사소할지 몰라도, 거기서 시작된 문제는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내 손에 끼는 장갑 하나쯤은 좀 더 신중하게 골라보자. 그게 나를 지키는 가장 작지만 중요한 습관이 될 수 있으니까.

 

사진 _ 크린스킨,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