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 여성이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최근 몇십 년간, 산업 현장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는 종종 특정 직종 앞에 수식어처럼 붙었다. 기술직 여성, 현장직 여성, 여성 용접사 등 이러한 표현은 해당 분야가 본래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다. 산업 구조 전반에 깔린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 동안 당연히 여겨져 왔으며 산업의 세계에서 여성은 낯선 존재였다.

한때, 기계와 중장비, 용접과 조립이 얽힌 산업현장은 ‘남성의 영역’ 으로 여겨졌다. 거칠고 위험하며 육체적인 강인함이 요구되는 공간에서 여성은 보기 드문 존재였다.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쇳소리와 기계 진동 속에 여성의 발자국은 한동안 들리지 않았다.
여성들은 사무실 안 보조 업무나 서비스 직에 머무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작업복과 안전화를 신은 여성의 모습은 낯선 풍경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EU 평균 여성 고용률은 67.7%로, 남성의 78.5%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산업 분야에서도 조금씩 균열이 감지된다. 제조업과 건설업 같은 전통적인 남성 중심 산업에서조차, 여성의 참여가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RC)는 지난 10년간 창출된 신규 고임금 일자리 중 약 31%를 여성이 차지했으며, 전환 속도 또한 남성보다 빠르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노동보다는 기술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여성의 역량이 돋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산업현장은 더 이상 여성에게 예외적인 도전의 공간이 아니다. 유럽 각국의 공장과 현장에는 정교한 손길로 기계를 조립하고, 데이터를 분석 하며, 설비를 정비하는 여성 워커들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스웨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는 여성들의 산업 참여가 점차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닌 산업 구조의 다양성과 유연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진보로 해석된다.

인력난과 제도의 진화 : 힘보다 기술이 중요해지다.
디지털 전환, 자동화, 스마트 제조 시스템의 도입은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예전처럼 무거운 장비를 들어 올리고, 반복된 수작업을 이어가던 작업 환경은 이제 빠르게 과거가 되어간다. 오늘날 산업이 요구하는 역량은 물리적 힘보다도 정밀함, 문제 해결 능력, 협업과 창의성이다. 이는 여성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정밀 부품 조립, 데이터 기반 공정관리, 센서 제어 시스템 등에서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집중력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여성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확대, 성 중립적 채용기준 확립, 유연근무제 도입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단지 고용 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이제 산업현장은 성별의 틀을 넘어, 더 유능한 인재를 선택하는 구조로 진화 중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던 장벽은 서서히 허물어 지고 있다.

세계 곳곳의 여성 워커들
스웨덴은 오랫동안 성평등 선진국으로 평가받는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이 80%에 달하며, 정부는 가족 돌봄과 경력 개발이 양립할 수 있는 정책 을 지속해 왔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다. 독일은 여성 고용률이 높지만, 많은 여성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이는 여전히 완전고용 여성을 위한 보육 인프라, 세제 제도, 기업 문화가 미흡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최근 들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의 전일제 전환 확대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흥미로운 사례는 동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기술직 진출이 활발하며,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도 EU 평균보다 높은 여성 비율을 보인다. 이는 과거 사회주의 체제가 남녀 노동 평등을 제도화했던 영향이 지금까지 유효함을 보여준다.
여성 워커들은 각국의 문화와 제도, 역사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공통된 흐름은 하나다. 여성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닌, 현실의 주체로서 산업의 한 축을 당당히 맡고 있다는 점이다.

워크웨어의 진화 : 여성의 몸을 이해하다.
초기의 작업복은 말 그대로 버티기 위한 옷이었다. 여성 워커들이 처음 입은 워크웨어는 대부분 남성용을 그대로 착용한 것이었다. 팔과 다리는 길고 허리는 헐렁했으며, 안전화는 딱딱하고 무거워 하루 종일 신고 있기 어려웠다. 헬멧은 흘러내렸고, 장갑은 손가락이 남았다. 이런 불편함은 단지 착용감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질적인 작업 효율의 저하, 나아가 안전사고의 위험으로까지 이어졌다. 맞지 않는 옷은 현장에서 잘못된 신호였다.
그러나 지금, 워크웨어는 변화하고 있다. 여성 사이즈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여성의 신체 구조와 작업 동선, 반복 움직임을 분석한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의 블라크라더(Blåkläder), 호주의 비즐리 워크웨어(Bisley Workwear), 국내 브랜드 볼디스트, 아이더, 블랙야크 등은 여성 전용 워크웨어 라인을 강화하며, 기능성과 편안함을 동시에 갖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몸에 맞게 재단된 허리 라인과 어깨 곡선, 체중 대비 하중을 고려한 경량 안전화, 손 크기에 맞는 장갑과 공구, 그리고 안정성을 높인 하네스와 보호구까지. 이는 단순히 여성용이라는 라벨을 붙인 제품이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고 설계된 장비다. 여성 워커들이 입는 옷은 이제, 업무 능력을 뒷받침하는 도구이자 자부심이다. 제대로 맞는 워크웨어는 안전을 확보하고, 소속감을 강화하며, 여성들이 “나는 이 현장의 일부다” 라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여성 워커, 그들은 변화의 중심이다.
여성의 산업 참여는 단순한 고용 확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하며, 일하는 방식과 문화, 조직 내 리더십, 안전과 장비 설계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변화의 시발점이다. 이는 단지 유럽만의 흐름이 아니다. 전 세계는 이제 여성없이 지속 가능한 산업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들의 존재는 산업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사회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이들은 지금도 수많은 편견과 현실적인 장벽을 넘어서며, 후속 세대의 길을 넓히고 있다. 여성 워커라는 단어를 언젠가 쓰지 않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날은 아마, 성별이 아니라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진짜 실력의 시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대로 향하는 발자국, 여성 워커들이 앞장서고 있다.
사진 _ Bisley Workwear사, Blaklader사
참고자료 _ 유럽 집행위원회 https://commission.europa.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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