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ISS 스마트안전보건박람회

산업의 얼굴이 바뀐다 : 블루칼라의 재정의
예전의 ‘블루칼라’는 단순히 육체노동의 상징이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산업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그러나 2025년의 오늘, 블루칼라는 과거의 정의를 스스로 뒤집고 있다. 전문성과 기술에 최접점에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이미지 쇄신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 구조 전반에서 기술직·현장직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들을 위한 안전장비, 근무환경, 심지어 스타일마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더 이상 거칠고 투박한 장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기능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스마트 워크웨어’와 인간 중심 설계의 보호장비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2025년 KISS(Korea International Safety & Health Show)는 이러한 변화를 생생히 보여준 전시장이었다. 스마트 센서가 장착된 보호복, 근로자의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기기, 자율성을 고려한 맞춤형 헬멧, 하이엔드 감성을 입은 워크웨어 브랜드까지. 전시장의 열기만큼이나 현장을 바꾸는 기술과 일하는 사람을 위한 관심도 뜨거웠다.
Ⅰ. 안전을 위한 새로운 접근 : AI와 안전의 융합
안전은 단지 사고 이후의 대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안전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AI와 안전’이라는 조합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산업현장에서는 AI가 사고 가능성을 예측하고,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어하고 있다. 2025 KISS에서 주목받은 여러 기술은 공통적으로 ‘예방 중심’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모션캡처 기술을 활용한 동작분석 장비 전문기업 두리시스템 테크놀로지(DOORI SYSTEM TECHNOLOGY)는 영화나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던 기술을 산업 안전 분야로 확장해 선보였다. 이 회사의 기술은 작업자의 신체 각 부위별 하중을 분석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작업환경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기술은 말하자면 관리자의 눈과 두뇌 역할을 해준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그의 작업 데이터를 분석하여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거나 작업대의 높이를 조정하라는 구체적인 권고를 제시할 수 있다. 경험이나 직감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설득력 있는 예방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로봇 기술과 AI의 융합도 눈에 띄었다. 스마트 헬스케어 전문기업 론픽(RONFIC)은 로봇 제어 기술과 AI를 결합해,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해당 솔루션은 단순한 진단에 그치지 않고, 운동 기구와 연계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까지 제공하여 작업자의 신체 피로 누적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질환을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웨어러블 의료기기 및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 메쥬(MEZOO)는 보다 직접적인 안전 관리를 제시한다. 이들은 간단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심전도, 호흡, 체온, 심박수, 활동량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며, 위험 징후를 조기에 감지해 사고 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작업장은 주로 사고가 발생한 후 조치를 취하는 수동적 시스템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AI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안전 시스템은 사고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고 개입하며 방지하는 능동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지 기술의 발전에 그치지 않고, 산업현장의 문화와 인식까지 바꾸는 중요한 흐름이다. 이러한 AI 기반 안전 기술이 보다 많은 작업 환경에 도입되어, 사고 없는 현장, 건강한 근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Ⅱ. 입는 안전, 보여지는 자부심 : 워크웨어와 안전화의 진화
작업복은 오랫동안 단지 입는 보호구로 인식되어 왔다. 오염에 강하고, 찢어지지 않으며, 작업자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스타일이나 개성은 오히려 불필요하거나 사치로 여겨졌고, 현장에서의 유니폼은 복장통일이라는 이름 아래 획일화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기술직과 전문직이 각광받는 사회, 일에 대한 자긍심이 중요해진 문화, 그리고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진 현실 속에서, 작업복은 단순한 복장을 넘어선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이제 워크웨어는 현장의 안전과 효율을 책임지는 동시에,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심볼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브랜드들이 단순 기능을 넘어서 디자인, 감성, 개성을 반영한 제품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작업복은 이제 더 이상 현장에서만 입는 옷이 아니다. 이동 중에도, 퇴근 후에도, 일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새로운 복장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2025 KISS 스마트안전보건 보건박람회는 이러한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참가 부스의 배치부터 현장 분위기까지, 과거의 안전보건 전시회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 중심에서 주목을 받은 브랜드 중 하나는 볼디스트(BOLDEST)였다. KISS 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20평 규모의 대형 부스를 구성하며 대담한 등장을 알렸다. 이들이 선보인 워크웨어는 전통적인 작업복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슬림핏 실루엣, 미드톤 컬러 조합, 디테일에 신경 쓴 재단 방식은 마치 아웃도어 브랜드 혹은 프리미엄 캐주얼 웨어를 연상케 했다. 동시에 고온 작업 환경을 위한 내열 원단, 칼날·마찰에 강한 소재, 정전기 방지 등 안전 기능도 충분히 확보했다. 기능성과 감성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대한제강의 아커드(ARKERD)는 비스포크 워크웨어라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제안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체형과 작업 환경에 맞는 핏, 기능, 디자인 요소를 조합해 맞춤형 워크웨어를 제작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화된 작업복은 단지 편안함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작업자의 동선, 근무 강도, 계절별 기후까지 고려한 과학적 접근이 가능하다. 이는 워크웨어가 앞으로 더욱 섬세하고 정교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블랙야크아이앤 앤씨의 웍스원(WORXONE) 라인은 일상과 현장의 중간을 공략한 하이브리드 워크웨어다. 등산복에서 가져온 흡습속건, 경량성, 고탄성 원단 등의 기술력이 그대로 적용됐으며, 스타일 또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감성을 지닌다. 단순히 멋을 위한 변신이 아닌, 현장에서의 활동성과 사무실에서의 단정함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진화였다.

2025년 새롭게 출발한 아에르웍스(AERWORKS) 또한 눈에 띄었다. 일본 워크웨어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국내 정식 수입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패션적 감각을 더한 모델들이 안전화와 점프수트를 입고 무대를 걸어다니는 런웨이 이벤트를 선보였다. 워크웨어가 패션쇼와 산업 현장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안전화에서도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었다. 기존의 안전화는 가장 보수적인 보호구로 여겨져 왔다. 외관보다는 내구성과 안정성이 중요했고, 투박하고 무거운 구조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 안전화 역시 혁신의 흐름 속에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경량화와 스타일의 접목이다. 최신 안전화들은 스포츠화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충격 흡수 쿠션, 통기 메쉬, 아치 서포트 기능, 고무 아웃솔 그립력 강화 등 다양한 기능이 더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착용감 개선을 넘어 장시간 작업 시 피로 누적을 줄이고,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중요한 기술적 진보다. K2 세이프티는 초경량 안전화인 LT 시리즈를 통해 발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줄인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군은 하루 8시간 이상 서 있는 기술자와 현장 인력에게 실질적인 만족감을 제공한다.

또한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웍스원과 별개로 안전화 전문 라인을 분리 출시하며, 전문화된 접근 방식을 강조했다. 이제 안전화는 보호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컬러 조합, 발목 높이 옵션(로우·미드·하이컷), 일상복과의 호환성까지 고려되며,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게 되었다. 지금 워크웨어는 단지 무엇을 입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자,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다. 특히 젊은 세대 워커들 사이에서는 워크웨어 스타일링을 SNS에 공유하고, 브랜드별 착장샷을 비교하며, 심지어 현장룩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는 스타일이 단지 멋을 위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몸에 맞고 기능적으로 설계된 옷은 작업 능률과 자존감을 높인다. 나아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실수를 줄이며, 안전성을 확보하는 간접적 장치가 된다. 결국 스타일은 효율이고, 자부심은 안전과도 연결된다.
Ⅲ. 기술만이 다는 아니다 : 정통 브랜드의 품격
2025 KISS는 기술 중심의 미래를 조망하는 전시장이었지만, 동시에 기본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수많은 스마트 기기와 인공지능 기반의 솔루션들이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제품은 수년간 검증된, 기본을 지킨 장비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글로벌 브랜드 안셀(Ansell)은 이러한 기본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박람회에서 안셀은 고기능성 보호장갑 라인을 선보이며, 단순한 방호를 넘어 사용자의 자유도와 착용 지속성까지 고려한 설계를 강조했다.

특히 알파텍(AlphaTec) 시리즈는 화학물질에 대한 높은 수준의 보호는 물론 절단이나 열 등 다양한 위험 요소에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많은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며 장갑의 성능에 감탄하였다. 국내 브랜드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SG생활안전은 꾸준한 기술 개발과 철저한 품질 관리로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번 KISS에서 SG는 방진마스크, 고글, 헬멧 등 생활형 산업안전용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소규모 사업장이나 1인 현장에서도 접근하기 쉬운 제품군을 대거 전시했다. 특히 인증 획득 이력과 현장 적용 사례를 전시 콘텐츠에 포함시켜,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강조한 점이 인상 깊었다. 이 외에도 세이프존, 유한크로락스 등의 기업들은 자사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중심으로 꾸준한 기술 업데이트와 사용성 개선을 선보였다. 이들은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실제 사용자와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소소하지만 본질적인 진화를 이뤄낸 브랜드들이다. 어떤 제품이 수년간 산업현장에서 살아남았는지를 보면, 그 브랜드가 추구해온 철학이 얼마나 일관되고 실용적인지를 알 수 있다. 기술은 하루아침에 발전하지만, 신뢰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자라난다. 정통 브랜드들이 여전히 전시장의 한 축을 든든히 지키고 있었던 이유다. 혁신을 뛰어넘는 것은 결국, 기본에 충실한 성실함일지도 모른다.
KISS는 단순한 기술 박람회가 아니다. 그곳은 ‘일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실험실이자, ‘워커의 존엄’을 실현하는 전시장이었다. 2025년의 우리는 기술을 입고, 자부심을 신고, 데이터를 읽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이 바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우리 주변의 워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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