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

겨울, 일의 온도를 생각하다

think75946 2026. 1. 19. 10:56

12월의 영화로 본 <인턴>과 <행복을 찾아서>,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일터로 향하는 이유

한 해의 마지막 달, 겨울은 언제나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12월은 쉼의 계절이자,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AI가 세상의 일을 대신하고, 자동화가 일상이 된 지금 — 우리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일이란, 결국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여전히 출근길에 오르는 우리에게, 두 편의 영화를 권해보고 싶다. 노년의 신입사원 이야기를 그린 <인턴(The Intern, 2015)>과 삶의 밑바닥에서 희망을 일구어낸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2007)>. 서로 다른 세대의 이야기지만, 두 영화는 모두 일을 통해 인간이 자신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턴」(2015, 낸시 마이어스 감독)

 

 

 

 

 

 

 

인턴 ― 다시 일터로 돌아온 노년의 신입

70세의 퇴직자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평생을 한 회계 회사에서 성실히 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아내를 떠나보내고, 은퇴 이후 맞은 고요한 일상은 그에게 행복보다는 공허함을 남긴다. 여행, 요가, 골프… 무언가로 하루를 채워보려 하지만, 마음속 허전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시니어 인턴 모집 공고’를 본다. 젊은 CEO가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스타트업, ‘어바웃 더 핏(About The Fit)’에서 진행하는 실험적 프로그램이었다. 벤은 이력서 영상을 직접 찍어 제출하고, 운 좋게 합격한다. 첫 출근 날, 활기찬 젊은 사무실 속에서 양복 차림의 노년 인턴은 다소 어색하다.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완벽주의자이자 일 중독형 리더로, 그녀에게 벤은 처음엔 ‘고리타분한 세대의 잔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벤의 진심 어린 태도와 세심함은 주변 동료들의 신뢰를 얻고, 점점 회사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책상 위를 정리하고,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며, 늘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자리를 지킨다. 특히 줄스의 사적인 고민 ― 회사의 급성장으로 인한 압박, 가정과 일의 균형, 남편과의 갈등 ― 에도 벤은 묵묵히 곁을 지키며 삶의 조언을 전한다.

 

그의 존재는 효율과 속도에 매몰된 조직에 ‘일의 온도’를 되찾게 한다. 벤은 말없이 행동으로 증명한다. “일은 나이를 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영화 <인턴>은 화려한 성공담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성실과 배려, 그리고 존중이라는 오래된 미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는 시대에, 이 영화는 ‘인간의 따뜻함 이야말로 최고의 업무 능력’임을 잔잔하게 일깨운다.


 

 

 

 

 

 


「행복을 찾아서」(2007,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

 

 

 

 

 

 

행복을 찾아서 ― 삶의 마지막 끈을 놓지 않은 사람

 

<행복을 찾아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거리에서 의료기기를 팔며 생계를 잇는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 그는 똑똑하지만 불운했고, 늘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했다. 판매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밀린 세금과 집세로 결국 아내는 떠나버린다. 남은 건 다섯 살 난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 뿐이다. 크리스는 어느 날 우연히 거리에서 멋진 양복을 입은 남자를 만난다. 그는 증권회사 직원이었고, 단 한 가지를 말했다. “내가 하는 일은 숫자를 읽는 거야.” 그 한마디는 크리스의 인생을 바꾼다.


그는 전공도, 경력도 없지만, 증권사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단, 인턴 기간 동안은 무급이다. 돈 한 푼 없이, 아이를 키우며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 혹독한 시간. 그는 서류를 복사할 돈이 없어 밤새 공공 화장실에서 공부하고, 노숙자 쉼터에서 아들과 잠을 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내일은 나아질 거야.” 그 한 문장을 붙잡고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마침내 시험의 마지막 날, 그는 모든 문제를 풀고도 복사기에 갇힌 서류 한 장 때문에 초조해한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그는 최종 합격자로 불린다. 그 순간, 크리스는 말없이 눈물을 삼킨다. 그가 흘린 눈물은 단지 성공의 눈물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견뎌낸 인간의 존엄 그 자체였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화려한 출세의 이야기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곧 인간의 존엄이다” 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에게나 겨울은 오지만, 그 속에서도 온기를 찾는 인간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다.

 

일의 온도를 잃지 않기 위해

<인턴>의 벤은 “일을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법”을, <행복을 찾아서>의 크리스는 “일을 통해 인간으로 서는 힘”을 보여준다. 한 사람은 인생의 겨울에서 다시 봄을 준비하고, 다른 한 사람은 혹독한 겨울을 뚫고 봄을 찾아 나선다. AI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의 속도’가 아니라 ‘일의 온도’다. 기계는 효율을 만들지만, 사람은 그 효율 속에 의미를 불어넣는다.

 

12월, 그리고 한해의 마지막 계절, 일의 의미를 다시 묻는 시간

한 해의 마지막 달, 우리는 또다시 분주한 하루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끝을 향하는 시간 속에서도 우리가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그곳에 여전히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인턴>과 <행복을 찾아서>는 말한다. “일은 인간을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키는 것이다.”
겨울은 차갑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마음이야 말로 다음 봄을 준비하게 만든다. AI가 아무리 세상을 바꿔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손끝에서 온기를 느끼며 일한다. 마지막 계절 겨울, 일의 온도를 다시 생각해보자. 그 온기가 바로, 우리가 내년에도 다시 일터로 향하는 이유다.

 

사진 _ Unsplash, pngtree